현대중공업,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 유용하다 적발

공정위, 직권조사를 통해 조선업계의 관행을 바로잡는 계기 만들어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20/11/02 [21:01]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현대중공업(주)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2억 4,6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선박 조명기구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선주 지정업체에게 전달해 해당 업체가 선박 조명기구를 하자없이 납품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기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다 제재에 걸려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船主)로부터 선박 제작을 의뢰받고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선박에 적합한 기자재를 납품받아 선박을 제조하여 인도하고 있다.

 

또한 현대중공업은 입찰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여 납품가능성을 타진하고 납품견적을 받는 데 사용하였고 결과적으로 기존업체들은 단가인하압박에 노출됐다.

 

현대중공업은 80개 하도급 업체들에게 293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에 따라 교부해야 하는 기술요구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업계 스스로 기술자료 유용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고 자율적으로 기술자료 유출·유용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속적 감시와 제재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주)는 자신의 고객인 선주 P사의 특정 납품업체 지정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17.4월부터 ’18.4월까지 (30년 이상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고 있던) A사의 제작도면을 유용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에서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는 유일한 업체였던 A사의 제작도면을 B사에 전달하여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의 요청에 따라 B사를 하도급 업체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실수였다고 주장하나, 선주의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가 위법하다는 결과는 달라지지 않으며, 또한, B사가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할 수 있게 된 상황(이원화/경쟁관계 형성)에 따라 단가 인하율이 높아진 사실도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은 낮은 견적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목적으로 ’16. 6월부터 ’18. 5월까지 5가지 선박용 엔진부품에 대한 입찰과정에서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제3의 업체에게 제공하고 견적 제출을 요구했다.

 

입찰 결과, 기존 하도급 업체의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제품 일부를 낙찰 받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중공업은 ’15.6월부터 ’18.1월까지 총 80개 하도급 업체에게 총 293개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선주에게 제출할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들에게 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취합하여 전달한 것일 뿐이어서 실질적인 서면 교부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해당 목적은 기술자료 요구의 정당한 사유로는 인정될 수 있으나, 그러한 경우에도 법정 사항에 대해 사전 협의하여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또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수령한 승인도가 수급사업자 고유의 기술이 포함된 기술자료라고 명확히 판단했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서면을 교부하지 아니한 행위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하여 2억 4,6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향후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라도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직권인지를 통해 업계에 만연해 온 기술유용 관련 실무 행태에 대해 제재를 하였고 이를 통해 실무 관행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공정위는, 선주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하도급 업체로부터 도면 등을 제공받아온 그간의 업계 관행이 명백한 하도급법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향후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계의 경각심을 제고했다.

 

또한, 발주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의 도면이 제3의 업체에 제공된 것은 담당자 업무 과중으로 인한 실수였다는 현대중공업 주장에 대해 공정위는 설령 실수라고 하더라도 법위반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참고로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기화로,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가 보호될 수 있도록 서면발부 시스템과 입찰 시스템을 개선했다.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노력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첨단 기술분야를 대상으로 기술유용 행위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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