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스, 하도급 업체 기술자료 “단가인하 악용” 제재

(주)아너스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제재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18/10/25 [15:54]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아너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5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아너스 전동 물걸레청소기”로 이름을 알린 아너스는 청소기 부품의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전달하여 유사 부품을 개발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제공받은 견적가격 및 유사 부품의 샘플을 이용하여 기존 납품단가를 대폭 인하했다.


아너스는 청소기의 주요부품인 “전원제어장치”를 제조·납품하는 하도급 업체가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수용하지 않자, ’16년 11월 ~ ’17년 6월 기간 동안 하도급 업체의 ‘전자회로의 회로도’ 등 기술자료 7건을 하도급 업체의 경쟁업체 8곳에 제공하고, 이를 활용하여 유사 부품을 제조·납품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경쟁업체 6곳은 아너스에게 견적서를 제출하고, 이 중 1곳은 유사 부품의 샘플까지 제공하였는데, 경쟁업체가 제출한 견적서에는 희망 납품단가와 함께 부품을 구성하는 회로소자별 매입원가, 회로소자 삽입방식별 제조원가 등 세부 원가내역이 포함되어 있었고, 유사 부품은 기존 부품과 기술상 거의 동일했다(양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음).


부품을 구성하는 41개의 회로소자 중 38개가 품명(종류, 용량, 성능오차 등) 및 회로소자간 연결 상태가 일치하고, 3개의 회로소자는 용량, 성능오차, 회로소자간 연결 상태 중 일부에서 차이가 있으나 회로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동일했다.


아너스는 유사부품의 샘플을 하도급 업체에 전달하고, 경쟁업체의 견적가격 및 세부 원가내역을 이용하여 ’16년 12월~’17년 6월 동안 3차례에 걸쳐 하도급 업체로 하여금 납품단가를 총 20% 인하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납품단가는 경쟁업체가 제출한 견적가격 중 최저가격과 일치하게 됐다.


            ↑전원제어장치의 가격 변동(’15.1월~’17.7월)


연간 영업이익률을 2%대로 유지하던 하도급 업체는 7개월 동안 납품단가가 약 20% 인하되자, ’17년 8월 영업 손실을 우려하여 납품을 중단하였고, 하도급 업체의 매출은 대부분 이 사건 부품의 납품에서 발생하였기 때문에 하도급 업체의 경영상황은 현저히 악화됐었다.


아너스는 ’15년 5월~’17년 6월 기간 동안 총 19회에 걸쳐 하도급 업체가 전원제어장치를 제조하기 위해 작성한 총 18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여 제출받았다(이 중 7건이 유용됨).


아너스는 공정위의 사건 조사와 심의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에 기술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가격 적정성 검토, △제품검수 등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는데, 공정위는 어느 것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하지 않고, 아너스는 제품 검수 과정에서 실제로 기술자료를 활용하였음을 입증하지 못하였고, 공정위 조사 결과 아너스는 제품의 작동 여부만을 판단하였을 뿐, 기술적 검수는 모두 하도급 업체에서 실행했다.


공정위는 작년 9월 ‘기술유용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기술 분야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로 구성된 ‘기술유용사건 TF’를 신설하여(’17.11.27.), 기술유용 피해로 신고·제보된 사건을 전담하여 처리하도록 했다.


지난 3월말 기술유용 피해자로부터 신고가 접수된 이후, 현장조사, 외부전문가의 기술심사 절차 등을 거쳐 ㈜아너스의 기술유용행위를 적발·조치하게 됐다.


공정위는 아너스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앞으로 다시는 하여서는 안 된다고 시정명령하고, 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아너스 회사와 대표이사를 포함,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임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은 청소기라는 ‘생활 밀착형 아이템’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기술유용은 첨단 장비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어느 제품을 대상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환기시켜 주었다.


기술유용은 대-중소기업 관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간 관계에까지도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중소기업이 본인보다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벌이는 기술유용에 대해서도 엄중 제재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자신의 높은 영업이익률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이익만을 얻고 있는 하도급 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기 위해 기술자료를 유용한 행위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번 기술유용건은 과거 기술유용 신고건보다 약 3배 빠르게 처리되었는데(신고접수일로부터 처리일까지 : 20개월→7개월), 이는 작년 9월 기술유용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공정위 내 기술유용 사건전담 TF를 신설하여 신속한 조사가 가능하였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자문위원회가 발족되어 자료의 기술성, 유용 여부 등 기술적 측면에 대해 객관적·전문적 심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전기·전자 분과(교수1, 연구원2, 변리사2)에서 심의, 심사위원 전원이 자료의 기술성 및 기술자료가 유용되었음 인정됐다.


공정위는 현재 TF의 인원을 확충하고, 정식부서로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올해 내 완료하여 법 집행 기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아너스에 부과된 과징금액은 기술유용 사건 중 최대 규모인데, 이는 유용에 따른 하도급 업체의 피해 정도, 법 위반 기간 등이 반영된 결과이다.


공정위는 최근 기술유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정액 과징금 상한을 기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조정하였고(하도급법 시행령, ’18.10.18.시행), 기술유용을 행한 사업자의 배상 책임 범위를 현행 손해액의 3배에서 10배까지 확대하기 위한 법 개정도 금년 정기국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건에서 기술자료가 납품단가 인하에 악용된 것처럼 하도급 업체의 원가 정보 등 경영상 정보는 납품단가 인하에 더욱 직접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크며, 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에게 경영상 정보의 제공을 요구할 때, 하도급 업체 입장에서 이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공정위는 경영상 정보 제공 요구행위를 새로운 법 위반 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였고(’18.7.17.시행), 내년 상반기부터 법 위반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 사건 피해 업체는 기술유용 결과 입은 손해에 대해 3배 배상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며, 공정위는 사실관계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법원에 제공하는 등 피해 업체의 민사소송 과정에 협조할 예정이다.


소송 결과 3배 배상 판결이 확정된다면, 하도급법상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적용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인데, 선례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기술유용 등 하도급법 위반을 방지하는 효과가 크게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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