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등 독립운동가 7인 잠든 “효창공원” 100년 기념공원 재탄생

독립운동가 7인 묘역 베를린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처럼 일상 속 추모공간 전환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19/04/10 [14:02]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조국 해방에 삶을 바친 7인의 독립운동가가 잠들어 있지만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용산구 ‘효창공원’(총면적 16만924㎡)이 오는 2024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


일제가 훼손한 ‘효창원’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고 노후되면서 주민들에게 외면 받고 시민들에겐 낯선 공간이 된 ‘효창공원’의 위상을 바로 세운다. 독일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추모공원’ 같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마주하며 그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일상 속 기념공원, 미래세대가 뛰어노는 새로운 명소로 거듭난다.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정조의 장자인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 있던 자리다. 일제는 울창한 송림으로 사랑받았던 효창원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지었고, 해방 직전에는 묘역을 서삼릉으로 이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규모는 1/3로 축소됐고 도로로 단절되면서 섬처럼 폐쇄적인 공원이 됐다.



해방 후 백범 김구 선생은 이곳에 독립운동가 묘역을 조성했고 그 자신도 1949년 효창공원에 안장됐다. 현재 효창공원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삼의사’와 임시정부에서 주석, 비서장, 군무부장을 지낸 이동녕, 차리석, 조성환 선생 등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이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봉환되면 안장하기 위한 가묘도 있다.


1960년에는 ‘제2회 아시안컵’ 개최를 위해 ‘효창운동장’이 조성됐고, 이후 반공투사기념탑(1969), 대한노인회관(1972) 같은 다양한 시설이 난립하면서 효창공원의 역사적 가치는 점점 퇴색됐다. 현재 묘역은 추모행사 때만, 효창운동장은 훈련·연습용도로, 기념관은 단체이용객 위주로 이용하면서 근린공원 수준인 연간 33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그동안 추모행사 때에만 참배객 위주로 방문하고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전환한다. 주변 연못을 개보수해 평상시에는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공간으로 가변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면철거, 축소 등 의견이 분분했던 ‘효창운동장’은 공원과 하나되는 축구장으로 거듭난다. 60여 년 간 자리를 지켜온 국내 최초의 국제축구경기장이자 태극전사의 꿈을 키워온 한국 축구역사의 산실이라는 가치를 고려해 보존하기로 했다. 다만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스탠드, 조명탑 등 일부 시설은 없애고 운동장과 공원 사이 주차장과 도로를 녹지화해 연결성을 강화한다.


일제가 이전하고 훼손시킨 옛 ‘효창원’의 공간적 범위도 회복한다. 공원과 지역사회를 가로막았던 담장을 없애고 주변의 역사·문화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기존 ‘식민지 역사박물관’에 더해 효창공원 북쪽으로는 암울한 시기에 민족의 혼을 되살린 스포츠영웅 손기정 선수와 그의 조력자 남승룡 선수를 기념하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20년6월 준공 예정이다. 남쪽으로는 이봉창의사 생가 터에 ‘이봉창의사 기념관’이 내년 4월 문을 연다


서울시는 국가보훈처와 함께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1919.4.11.) 100주년을 하루 앞둔 10일‘효창독립 100년공원 구상안’을 이와 같이 발표했다. 그동안 갈등과 대립으로 번번이 무산됐던 ‘효창공원 바로 세우기’를 위해 시와 국가보훈처가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합의된 안을 도출해냈다.


작년 8월 국가보훈처가 효창공원을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성역화한다고 발표한 이후, 시와 국가보훈처가 공동으로 독립유공자 유족, 축구 관계자, 전문가, 지역주민, 일반시민과 20여 차례 만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효창공원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이전에도 있었다. '05년 국가보훈처가 효창공원 전체를 민족공원으로 성역화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효창운동장 이전·철거 문제를 놓고 보훈단체와 축구단체 간 의견대립으로 무산됐다. '13년에는 국립묘지 지정이 추진됐지만 공원이용 제약 등을 우려한 지역의 반대로 무산됐다.



효창공원의 새로운 공간 구상 방향은 △효창운동장은 창의적 계획을 통해 변화 가능한 ‘다층적 공간’으로 △독립운동가 7인의 묘역은 ‘일상 속 성소’로 △주변 지역은 ‘확장된 공원’의 개념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정적인’ 공간이었던 효창공원을 ‘함께 기억하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한다.


이번 효창공원 구상(안)은 확정된 계획이 아닌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밑그림이다. 최종 계획안은 시,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독립운동 관련분야, 축구협회,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효창독립 100년포럼(가칭)’에서 토론회, 심포지엄, 주민참여프로그램 등 대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마련된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 4개 기관이 공동 추진한다. 묘역 일대 정비와 관리·운영은 국가 차원의 관리를 위해 국가보훈처가 전담한다. 효창운동장을 포함한 공원 전체 재조성 사업은 서울시가 주관하고 문화재 관련 사항은 문화재청과 협의 진행, '21년 착공에 들어가 '24년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계획과 행정 절차, 사업비 마련은 서울시와 국가보훈처가 공동 추진한다. 서울시는 효창운동장 재정비를 전담하고, 문화재청은 문화재 관련한 사항, 용산구는 주변지역과 연계 및 공원조성 관련 사항 등을 맡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민과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 효창공원과 효창운동장 모두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있고 함께 기억하고 열린 장소로 조성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문가 응답자의 88%가 “효창공원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가운데 보훈 분야 전문가들은 “묘역을 가리는 시설 철거”, “많은 사람이 찾는 독립운동가 기념장소”를, 축구 전문가들은 “국제규격 축구장 유지 및 트랙 제거, 스탠드 일부 철거는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민들은 “항시 이용 가능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박원순 시장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정신을 담아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서울의 대표적인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조성해 나가겠다. 시민 삶과 괴리된 공간, 특별한 날에만 찾는 낯선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독립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미래 세대가 뛰어 노는 새로운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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