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선시공 후계약·부당대금 결정” 불공정하도급 관행 제재

시정명령·과징금 208억 원·법인 고발 및 조사 방해 과태료 부과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19/12/19 [18:13]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주)이 하도급 업체들에 선박·해양 플랜트·엔진 제조를 위탁하면서, 사전에 계약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과징금(208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


같은 위반행위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주)에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또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한국조선해양(주)에 조사 방해 과태료(법인 1억 원, 임직원 2인 2,5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올 6월, 기존 ‘현대중공업(주)’가 ‘한국조선해양(주)’로 사명을 변경하여 지주회사가 되고, 분할 신설회사로서 같은 이름의 ‘현대중공업(주)’를 설립하여 기존 사업을 영위하게 했다. 이 사건 과징금 부과 대상은 분할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주)이다.


조사 진행 중에 회사 분할이 이루어진바, 과징금의 경우 분할 신설회사에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공정거래법 제55조의3 제3항)에 따라 현대중공업(주)에 부과하고, 나머지 제재는 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주)에게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2018년 4월 시행)’ 에 따라 직권 조사하여 처리한 것으로, 관행적인 불공정행위로 다수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들을 엄중히 바로잡아 앞으로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조선해양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207개 사내 하도급 업체들에 48,529건의 선박 및 해양 플랜트 제조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내용 및 하도급 대금 등 주요 사항을 기재한 계약서를 작업이 이미 시작된 후에 발급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업이 시작된 후 짧게는 1일, 최대 416일이 지난 후에 계약서를 발급했으며, 48,529건의 평균 지연일은 9.43일이었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및 대금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한 후에, 한국조선해양이 사후에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하는 불리한 지위에 놓이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2015년 12월 선박 엔진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사외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어 2016년 상반기에 일률적으로 10% 단가 인하를 해 달라고 요청했고, 단가 인하에 협조하지 않으면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한국조선해양은 간담회 이후 이루어진 단가 계약 갱신 과정에서 하도급 업체들의 단가를 일률적으로 10% 인하했고, 2016년 상반기 9만여 건의 발주 내용에서 48개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51억 원의 하도급 대금을 인하한 사실이 확인됐다.


48개 하도급 업체는 밸브, 파이프, 엔진블록, 판넬 등 납품하는 품목이 다르고, 원자재, 거래 규모, 경영 상황 등도 각각 다르며,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할 만한 정당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조선해양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하여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하도급법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사내 하도급 업체들에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1,785건의 추가 공사* 작업을 위탁하고, 작업이 진행된 이후에 사내 하도급 업체의 제조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작업 현장에서 추가 공사가 발행하면, 사내 하도급 업체들에 직접 작업을 지시하고 확인하는 한국조선해양의 생산 부서가 실제 작업에 드는 ‘공수’를 바탕으로 추가 공수를 산정하여 예산 부서에 예산을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조선해양의 예산 부서는 합리적·객관적인 삭감 근거 없이 생산 부서가 요청한 공수를 삭감했고, 이 과정에서 작업을 직접 수행하고 하도급 대금을 받을 사내 하도급 업체와의 협의 절차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 공수 계약의 하도급 대금은 ‘공수’과 ‘계약 단가’를 곱하여 결정되는데, 작업에 드는 ‘공수’는 한국조선해양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지만, ‘계약 단가’는 계약 기간 고정된 값이다.


따라서 한국조선해양은 공수를 임의로 적게 인정해주는 방법을 통해 사내 하도급 업체들에 지급할 하도급 대금을 삭감한 것이다.


공정위는 사내 하도급 업체의 거래 특성상 제조 원가 대부분이 인건비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여, 사내 협력사들의 인건비 구조·고용노동부 실태조사 자료·실제 채용 공고 사례 등을 바탕으로 작업에 드는 최소한의 ‘1공수 당 원가’ 기준을 판단했다.


그 결과, 한국조선해양의 공수 삭감 과정에서 1,785건의 추가 공사 하도급 대금이 하도급 업체의 최소한의 제조 원가 수준보다도 낮게 결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하도급 대금 결정 과정에 사내 하도급 업체와의 실질적인 협의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작업이 진행 중이거나 끝난 후 한국조선해양이 사후적으로 결정한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


한국조선해양 및 소속 직원들은 2018년 10월에 진행된 공정위 현장조사와 관련하여 조직적으로 조사 대상 부서의 273개 저장 장치(HDD) 및 101대 컴퓨터(PC)를 교체했으며, 관련 중요 자료들을 사내망의 공유 폴더 및 외부저장 장치(외장 HDD)에 은닉했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의 저장 장치가 교체된 사실 및 중요 자료를 별도로 보관한 외부저장 장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러한 행위에 조사를 방해할 목적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교체된 저장 장치 및 자료 은닉용으로 사용한 외부저장 장치 제출을 요구했으나, 한국조선해양은 제출을 거부하고 이를 은닉 또는 폐기했다.


공정위는 한국조선해양(주)의 서면 발급 의무 위반,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행위에 시정명령(재발방지 명령, 공표 명령)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 고발하며, 현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분할 신설회사 현대중공업(주)에 과징금 208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


또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행위와 관련하여 한국조선해양(주)에게 과태료 1억 원, 소속 직원(2인)에게 과태료 2,5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장기간 문제점이 지적되어 온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조선업계에서는 ‘선시공 후계약’ 방식으로 사전에 하도급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작업을 시작한 후에 계약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엄중히 조치한 것이다.


또한, 조선업계의 경우 공수 계약 등 불투명하고 복잡한 하도급 대금 결정 방식으로 인해 하도급 거래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집중적이고 심도 있는 조사를 통해 조선업계의 관행적인 불공정행위를 제재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다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에 대한 사건처리 효율화·신속화 방안(2018년 4월 시행)’ 에 따라 다수 신고 내용을 포함한 3년간의 하도급 거래 내용을 정밀히 조사하여 처리한 것으로, 관행적인 불공정행위로 다수의 신고가 제기된 사업자들을 엄중하게 바로잡아, 앞으로 유사한 거래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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