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배우 임일애, 70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현역”

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로 한국무대 예술에 일익을 담당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20/02/03 [17:06]

배우 임일애. 그는 올해 만 68세로 여전히 현역이라는 사실이다. 무대란 젊은 사람들에게도 녹록지 않은 곳이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무대가 대중에게 보이기까지는 백조가 물 위에서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물 아래서 발을 동동거리며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배우 역시 대중이 모르는 가운데 수많은 분주함이 퀄리티가 높은 무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그는 위안부 주제로 3월에 막이 오르는 창극 “이쁜 고모의 아리랑” 공연 연습으로 바쁘다. 이렇듯 그는 과거나 현재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무대에서 그것도 장르를 불문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때문에 공연예술계에서는 꽤 개성이 강한 배우로 알려졌다.


최근 뉴트로 문화가 형성되면서 10~20대가 유튜브를 통해 과거의 화면을 돌려보는 것이 추세가 되면서 당시 가수나 배우를 현재로 소환하고 있다. 이는 당시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시 시대가 몰랐던 사람을 지금 세대가 알아보고 추종하는가 하면 열광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의 세력이며,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문화가 국민 저변에 깔려있어 우리 모두 그 문화를 통해 힐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소셜네트워크로 인해 사회가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사람들 마음에는 아날로그에 대한 그리움이 한편으로 남아 있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 공연예술계도 끊임없이 공연 소비자를 위해 노력하면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배우 임일애, 그 역시 뉴트로 문화가 낳은 새로운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 나이 정도면 공연예술계에선 인지도가 있는 배우 아닌 이상 무대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그에게 공연 섭외가 이어지는 것은 이런 사회현상과 무관하지만은 않으리라.


그는 말한다. “지금 이 순간도 무대는 제 희망입니다. 배우가 아니었으면 68년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내긴 힘 들을 겁니다. 무대가 있었기에 제 삶도 빛을 발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연극 ‘고린내’


최근 그는 집창촌 여인들의 주제로 한 ‘고린내’ 앙코르 공연을 끝냈다. ‘고린내’는 여배우들의 평균 나이가 51세가 넘어 대학로 무대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좋은 연극작품은 극작, 연출, 스태프도 중요하다. 그러나 배우는 이 모든 걸 다 감싸 안고 감내하지 않으면 그 작품은 절대 좋은 작품이 될 수 없거니와 좋은 공연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연극은 '배우예술'이라고 말한다.


연극 고린내에서 배우 임일애는 제일 연장자지만 50대 중견 배우들과 경쟁에서 꿀리지 않는 연기로 관객과 호흡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설명했듯이 ‘고린내’는 집창촌의 중·노년 여인들의 삶과 애환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젊음이 시든 뒷골목 여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혐오와 차가운 정의, 냄새나는 어두운 뒷골목에 살 수밖에 없었던 약자들에 대한 변명과 연민이 연극의 주된 내용이자 메시지였다.


연극인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화려한 경력의 중장년여배우들이 함께했다는 사실만으로 대학로 사람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는 작품이다.


연극 ‘고린내’에서 임일애는 최연히 역을 맡았다. 극 중 최연히는 집창촌에 살면서 매춘과 상관없이 마약을 팔면서 사는 자신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연극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이구동성으로 “집창촌에서 마약을 팔고 있는 최연히 역의 임일애 배우는 집창촌에 살다 나온 사람처럼 연기가 정말 자연스럽다”라고 말한다.


이런 깊이 연기가 ‘고린내’라는 무대에서 과거 80년대 집창촌으로 잠시나마 소환했는지도 모른다.


최고 연장자인 대배우 임일애는 세월을 거꾸로 어려운 역일수록 더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 있는 배우로 거듭나면서 장르와 상관없이 활동 폭을 넓혀 일반 대중들에게 친숙한 배우로 다가가고 있다.


그를 원하는 곳은 연극뿐만 아니라 국악 창극계에서도 그를 자주 찾는다. 이 분야에선 여성 역할보다 남성 역할 섭외가 많다. 타고난 성량과 키가 170을 넘다 보니 남성 분장도 그럴듯하게 너무 잘 어울린다. 웬만해서 관객들은 그가 여자라고 짐작하지 못한다.



2015년 국악을 알리는 차원에서 거리공연이 종로 4가 국악 거리에서 종종 열렸다. 당시 그는 춘향전에 이방 역할을 맡아 감질나게 연기를 잘해 구경하던 외국인들에게도 갈채를 받았다. 그 당시 구경했던 한 관객은 “이방을 좋아하는 팬이 많은 것 같다. 관객이 우리 전통인 국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라고 밝혔듯이 국악이 대중에게 다가가면서 그를 좋아하는 팬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그의 내공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나라 뮤지컬 1세대 배우이다.


                ↑뮤지컬 ‘맹진사댁 경사’


거슬러 올라가 그는 1970년대 국립극장 소속 국립가무단이 창설되면서 1기 멤버로 뮤지컬을 시작했다. 당시 국내 뮤지컬은 불모지였다.


당시 이북에선 종합무대 예술로 ‘피바다’ ‘꽃 파는 소녀’가 한창 공연 중이었고, 70년대 남북대화가 재개되면서 향후 이북과 공연 교환목적으로 ‘예그린’을 포함한 국립가무단이 창설됐지만, 그보다는 뮤지컬불모지였던 한국 뮤지컬의 초석을 닦는 초일류 적인 공연계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물론 국립가무단이 창설되기 전 ‘예그린’이 “살짜기 옵서예”를 시작으로 한국 뮤지컬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한국 뮤지컬 시대는 국립가무단이 열었다.


한국 전통예술의 국제화를 목표로 하며,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뮤지컬이라는 형식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설립된 종합예술단체이다.


당시 국립가무단 단원들은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최고 전문가들의 사사로 기본기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발레(김학자), 고전무용(김백봉), 현대무용, 성악 등으로 뮤지컬에서 필요한 모든 요소를 두루 익히면서 한국무대 예술의 총아로 거듭나기 위한 만반의 준비로 단원들을 집대성했다.


그는 “당시 익혔던 이런 기본기들이 프로로서 지금까지 무대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시립뮤지컬단의 모체가 국립가무단이다. 당시 국립극장은 전통적인 것만 무대에 올린다는 명분으로 국립가무단은 세종문화회관이 개관되면서 시립가무단으로 명칭과 소속이 바뀌면서 현재 시립뮤지컬단으로 국내 뮤지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국립가무단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단으로 한국 뮤지컬 역사상 가장 오랜 연륜과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외국의 전통 뮤지컬과 한국적인 작품을 두루 공연한 바 있다.


 

                ↑뮤지컬 ‘우리들의 축제’


앞서 설명했듯이 1977년 11월 세종문화회관 개관을 계기로 국립가무단을 인수하여 서울시립가무단이 창단됐으며, 1999년 7월 세종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되면서 현재의 명칭인 서울시뮤지컬단으로 명칭 변경됐다.


배우 임일애는 국립가무단을 거쳐 시립가무단으로 1978년에는 세종문화회관 개관기념으로 종합작품인 「위대한 전진」을 공연했고, 1980년대에 들어서 「돈키호테」, 「판타스틱스」 등의 번안물과 「사랑은 물이랑 타고」, 「성춘향」을, 현대극인 「나 어딨소?」, 「우리들의 축제」로 전국을 도는 지방공연까지 참여했다.


시립가무단은 1985년에는 남북적십자 상호 예술단 교류 때문에 북한평양대극장에서 공연을 했고, 1986년 아시아경기대회기념으로 뮤지컬 「양반전」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 ‘나 어딨소’


한국에서 뮤지컬이 문화산업으로 떠오른 시발점은 2001년 '오페라의 유령'부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때부터 한국 뮤지컬 배우들을 전속단체보다 프리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개인 무대를 통해 주가를 올리는 국내 뮤지컬 상업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렇게 한국 뮤지컬 1세대 배우인 임일애도 전속단체를 떠나 대학로까지 진출하면서 50여 년을 무대에서 그 나이에 독특한 배우로 자리매김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향후 그의 무대가 정말로 기대된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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