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논평] 서울시에 부동산 부자 대변하는 자치구 감사 촉구

불공정 공시지가 개선하겠다는 서울시장과 엇박자 서울시 행정도 감사해야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20/02/07 [17:29]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20년 표준지 공시지가 하향 의견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중 4개 자치구(강남구, 마포구, 서초구, 성동구)의 19년 부동산 거래 내용을 지난 1월 국토교통부에 보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하향검토 요청이 아닌 균형유지 및 적정 평가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고가 부동산 밀집 지역 자치구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어 비판받아 마땅하다.


최근 부동산 문제로 인한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자 박원순 시장은 공시가격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비춰왔다. 국토부의 불공정한 표준지 가격으로 인해 개별지의 공시지가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며 표준지 조사권한 이양 등 공시지가 현실화 의지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행동은 박원순 시장의 공시지가 개선 의지에 반할 뿐 아니라 고가 부동산 부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며 불공정 표준지 공시지가를 내버려 두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시장은 공시지가 현실화를 외쳤지만, 서울시 행정은 부동산 부자의 민원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는 작년에도 표준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조정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했다.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성동구, 동작구, 종로구 등이었다. 이에 경실련은 ‘19년 1월 17일 6개 자치구에 불평등 공시가격 개선 의지를 묻는 공개질의를 보냈고, 지자체는 답변을 보냈다(‘표준주택 공시가격 재조사 요청한 5개 자치단체장에게 공개질의’). 하지만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성동구는 이번에도 민원을 핑계로 불평등 공시지가를 ‘유지’해 달라고 국토부에 요청하고 있다.


서울시가 자치구의 이의제기를 핑계로 사실상 ‘공시지가 하향’을 국토부에 요청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공동주택(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2005년 공시가격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세의 70% 수준의 공시가격으로 세금을 내왔다. 하지만 고가 토지를 소유한 이들은 시세의 30~40% 수준의 공시지가로 세금을 내고 있다. 왜곡된 공시제도가 낳은 명백한 세금 특혜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고가 부동산이 밀집한 자치구와 이를 관리해야 할 서울시가 국토부에 하향 의견을 제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조세 형평성을 높이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하는 일이다. 공동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이 다른 부동산 유형 소유자들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때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 일부 부자들의 세 부담 상승을 이유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반대하는 것은, 소수 부자 주민의 대변자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일부 자치구의 하향 의견을 수용할 것이 아니라 이들 자치구에 대한 감사에 착수해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부터 해야 했다. 박원순 시장의 불로소득 환수와 공시지가 현실화 의지에 반하는 행정으로 비난을 자초한 서울시 관계자에 대한 감사도 이루어져야 한다.


왜곡된 공시제도는 부동산 투기와 불공평 과세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위 1% 다주택자의 주택보유량은 2007년 3.2채에서 2017년 6.7채로 증가했고, 상위 1% 재벌기업들의 토지보유량도 2007년 8억 평에서 2017년 18억 평으로 증가했다. 공시지가가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리 세율을 높이더라도 부동산에서 얻는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할 수 없다.


경실련 조사 결과 올해도 표준지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33.4%로 작년과 같으며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시세반영률이 65.5%라고 밝혔지만, 시도별 행정동별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여전히 거짓통계로 의심된다. 박원순 시장도 최근 잇따라 공시지가를 개선, 불로소득을 환수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지자체의 표준지 공시지가 하향요구에 편승하는 엇갈린 행정으로 시민들의 불신만 커지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왜곡된 공시제도를 바로잡아 1% 부자계층에 대한 특혜를 없애고,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는 일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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