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피해자 방어행위, 쌍방폭력 아니라 정당방위

정춘숙 의원,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 개최

소비자를 위한 신문 | 입력 : 2020/06/24 [16:01]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용인시병·재선)은 24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56년 만의 미투, 재심으로 정의를! - 여성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폭력의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행위를 쌍방폭력이 아니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인정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의 장이다.

 

현행 형법 제21조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은 이같은 여성폭력의 특수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침해의 현재성, 부당성, 방위의사, 상당성으로 구성돼있지만 이 기준 자체가 동등한 힘을 가진 성인 남성을 기본값으로 상정하고 있어서,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상황은 간과될 수밖에 없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왜 인정되기 어려운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폭력과 쌍방폭력이라는 각각의 단어에 담긴 함의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여성의전화 최나눔 정책팀장은 여성폭력이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며 권력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사용되는 극단적 수단이고, 쌍방폭력은 ‘대등한 관계의 두 사람이 서로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의미로 쓰여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여성폭력의 맥락을 지우고 본질을 왜곡한다고 지적한다.

 

이날 발제를 통해 소개될 실제 사례 속 쌍방폭력은 여성폭력 피해자들을 더욱 위험한 상황에 내몬다. △피해자를 위축시켜 합의나 고소 취하를 종용하게 만들고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등이다.

 

A는 남자친구인 B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왔다. 사건 당시 B는 A를 밀치고 발로 차서 넘어뜨린 후 여러 차례 때렸다. A는 B를 밀치고 일어나 B의 뺨을 때렸다. B의 폭행으로 인해 A는 팔목 인대가 파열되었고 상해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B는 A에게 맞았기 때문에 맞고소하겠다고 협박하였다. 이에 A는 사건 발생 후에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975명이고, 살인 미수까지 포함하면 1,810명이다. 반면 여성가족부 2016년, 2013년 각각 통계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율은 1.7%, 성폭력 신고율은 1.1%에 그쳤다.

 

이에 대해 정춘숙 의원은 “피해자의 절대다수인 여성이 폭력을 당하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공권력 개입의 효과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가해자에 대해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쌍방폭력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현행 사법체계의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춘숙 의원은 최근 대표 발의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에서 특정 조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법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정폭력으로 피해자의 생명, 신체,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현저한 침해를 반복적·지속적으로 행한 가정폭력행위자가 가정폭력범죄를 범하거나 범하려 할 때 이를 예방하거나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에 대하여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실현을위한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송옥주 의원실, 정춘숙 의원실, 권인숙 의원실, 윤미향 의원실, 장혜영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토론회 사회는 한국여성의전화 고미경 상임대표, 발제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최나눔 활동가 △법무법인 지향 김수정 변호사, 토론에는 △한국여성상담센터 현혜순 센터장 △국회 입법조사처 허민숙 조사관 △가톨릭대학교 법학과 하민경 교수 △경찰청 가정폭력대책계장 이은구 경정이 참여했다.

 

정춘숙 의원은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생존권과 인권이 존중될 수 있도록 정당방위는 재구성돼야 한다”면서 “피해자 구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정당방위 기준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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